저작권 정책

[논문 리뷰] 생성형 AI에 의한 창작물과 저작권 - 손영화(2023)

VirtualJin 2026. 4. 13. 21:51

논문의 핵심 문제의식

이 논문은 세 가지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첫째, AI가 생성한 창작물이 저작권 보호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가. 둘째, 충족된다면 그 범위와 소유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셋째, AI 창작물이 기존 저작물과 유사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가. 이 세 가지 문제가 생성형 AI 시대에 새롭게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법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임을 논문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Ⅱ. AI를 이용한 창작물과 저작권

현행 저작권법 해석의 한계

현행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제2호는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규정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AI는 인간이 아니므로, AI가 자율적으로 생성한 창작물은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예외가 존재합니다. AI를 단순한 도구로 사용하여 인간의 창작적 의도와 창작적 기여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현행법 하에서도 저작물성이 긍정될 수 있습니다. 마치 필기구나 워드프로세서를 도구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입니다. 문제는 AI가 점점 자율적으로 창작에 개입하는 경우, 즉 인간의 기여가 미미하거나 없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현행법 체계 내에서 보호받기 어려우며, 입법적 검토가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각국의 AI 저작권 부여 현황

인도와 캐나다는 AI를 공동저작자로 인정하는 저작권 등록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RAGHAV라는 AI 회화 앱이 인간 작가 Sahni와 함께 공동저자로 등재된 'Suryast'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강합니다. Carys Craig 교수 등 일부 학자들은 세 가지 대안적 접근방식을 제시합니다. AI 창작물의 저작자를 창작을 주선한 인간에게 귀속시키거나, 저작권은 인간 창작물에만 적용됨을 명확히 하거나, AI 생성물에 대한 새로운 독자적 권리 체계를 별도로 만드는 방안입니다.

베른협약은 저작자의 사망을 기준으로 보호기간을 산정하고, 저작자를 국민이라는 개념으로 묘사하는 등, 저작자가 자연인인 인간임을 전제로 합니다. 130년 전에 만들어진 이 협약이 AI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국제적인 새로운 대처 틀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논문은 강조합니다.

Ⅲ. 창작적 기여의 구체적 의미

이 장은 논문의 핵심 논쟁 지점입니다. AI 창작물이 저작권 보호를 받으려면 사람에 의한 창작적 기여가 있어야 하는데, 그 기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불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AI에게 멜로디나 장르를 선택해 입력하는 행위, 대량으로 생성된 AI 결과물 중 하나를 선별하는 행위, 또는 텍스트 기반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행위가 창작적 기여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은 2016년 원숭이 셀카 사건(Naruto v. Slater)에서 저작권 행사 주체는 인간뿐임을 확인했고, 2023년 3월에는 미국 저작권청 지침을 통해 AI 작품에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저작권 보호는 AI의 기여가 단순한 기계적 복제의 결과인지, 아니면 인간 작가 자신의 정신적 개념을 반영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EU는 AI 규제법을 통해 AI 생성 콘텐츠에 레이블을 지정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AI 훈련에 사용된 저작권 데이터에 대한 요약 공개를 기업에 요구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1988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AI 자율창작물(Computer Generated Works)을 저작물로 인정하고, 저작자를 "창작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 자"로 정의합니다. 즉 창의적 인풋을 실제로 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AI 시스템을 준비·운영한 자에게 저작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보호기간은 50년에 그치고 인격권은 인정되지 않아 인간 창작물과 차별화됩니다.

일본은 "창작적 기여가 있으면 저작물성이 인정된다"는 정부 견해를 2017년에 표명하고, 2023년 지적재산 추진 계획에서 구체적 침해 사례와 법 해석 공표를 예고했습니다. AI가 도구로 사용되어 완성된 콘텐츠에 인간의 창조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저작물로 인정한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은 2020년 텐센트의 AI 기자 '드림 라이터'가 작성한 기사에 저작권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기사의 구조가 합리적이고 표현이 논리적이며 독창성이 있다고 보았는데, 이는 알고리즘 작동이 아닌 소프트웨어 배후의 창작 집단의 선택과 배열이 기사를 결정했다는 판단에 근거합니다. AI가 생성한 창작물에 저작권을 인정한 세계 최초의 판례입니다.

Ⅳ. AI 창작물의 저작권 침해 가능성

침해 판단 기준: 의거성과 유사성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려면 의거성(해당 저작물에 기반하여 작성했다는 사실)과 실질적 유사성이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AI 창작물에서는 이 두 요소의 입증이 매우 어렵습니다. 학습 데이터로 특정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의거성이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논문의 저자는 범용적 AI를 사용하여 편견 없는 대량의 데이터로 학습시킨 경우, 결과물이 학습 데이터와 유사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의거성이 없다고 봅니다. 단, 예외적으로 특정 작가의 작품만을 학습시킨 특화형 AI를 사용하거나, 프롬프트에 기존 작가명을 직접 입력한 경우에는 의거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입증 책임의 문제도 복잡합니다. 현행법상 의거와 유사성의 입증 책임은 침해를 주장하는 저작자 측에 있습니다. 그러나 AI 내부의 처리 과정을 외부에서 탐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저작자 측의 입증이 매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논문은 사용자 측(피의 침해자 측)이 제작 로그를 보관하고 소송 시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이 불합리하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합니다.

책임의 귀속

침해가 인정될 경우 책임은 AI 프로그램 작성자, 플랫폼, 콘텐츠 작성자(사용자) 중 하나 또는 여럿에 귀속될 수 있습니다. 학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자에게도 책임이 미칠 수 있음을 논문은 지적합니다.

학습 데이터 사용과 각국 대응

미국은 공정이용 원칙에 따라 저작권 있는 저작물로 AI를 훈련시키는 행위가 면책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Authors Guild v. Google 사건에서 제2순회 항소법원은 Google의 행위가 변형적 목적의 복제로서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EU는 2019년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을 통해 TDM(Text and Data Mining)에 대한 예외를 도입하면서, 연구·교육·문화유산 보존 등 특정 목적의 이용은 저작자 허락 없이도 가능하도록 허용했습니다. 다만 2차 저작자가 수익을 얻는 경우 1차 저작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투명성 의무도 함께 규정합니다.

일본은 2018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제30조의4를 신설했습니다. 이 조항은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 또는 감정을 향유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즉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분석 목적이라면 저작자의 동의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영리 목적이나 미공표 저작물에도 적용되는 광범위한 규정으로, 데이터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입법례로 평가받습니다.

한국은 2011년 공정이용 조항을 도입했으나, 기계적 데이터 수집·분석의 적법성에 관한 명확한 판례가 없어 예측이 어렵습니다.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저작권 침해 판결을 받을 우려가 있어, AI 기술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기술 발전의 장애물이 된다고 논문은 비판합니다.

Ⅴ. 결론 및 제언

논문의 결론은 실용적이고 명확합니다. 현행 지적재산권 체계는 AI 자율창작물을 권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며,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없는 한 아무도 저작권을 보유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세 가지 입법적 과제가 시급합니다.

첫째, AI 창작물의 권리 귀속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AI를 개발·운영한 개발자나 기업에게 저작권을 귀속시키는 원칙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합니다. AI를 공동저작자로 인정할 것인지는 국제 동향을 주시하며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사항입니다.

둘째, TDM에 관한 별도의 저작권 제한 규정을 도입해야 합니다. 일본의 저작권법 제30조의4처럼, 데이터 분석 또는 저작물의 비표현적 이용에 한정된 명확한 면책 규정을 마련하여 기업이 형사책임의 부담 없이 AI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셋째, 이러한 입법에서 AI 산업의 발전과 저작자의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을 반드시 유지해야 합니다. 기술 진보만을 위해 창작자의 권리를 희생시켜서는 안 되며, 조화로운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최종 입장입니다.

논문의 의의와 한계

이 논문은 미국·EU·영국·일본·중국·한국의 법제를 체계적으로 비교하여 한국 법 개정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2023년 9월 게재 시점의 논의를 반영하고 있어, 이후 빠르게 진행된 각국의 입법·판례 변화는 포함하지 못한다는 시간적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창작적 기여'의 구체적 기준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는 수준에서 논의가 머물러 있어, 실무 적용 지침으로서의 명확성은 향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입니다.